새해 복 많이 받으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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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회 14회 작성일 2024. 12. 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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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한 해가 지나가고 새로운 한 해가 밝아 옵니다. 해가 바뀔 때마다 반드시 따라오는 부담스러움이 있습니다. 나이를 한 살 더 먹는다는 것이죠. 새해의 내 나이는 지금껏 내가 겪어본 연령 중에서 언제나 가장 최고령입니다. 그럴 수밖에 없죠. 거꾸로 나이를 먹진 않으니까요. 그래서 항상 생소합니다. ‘내 나이가 벌써?’라는 탄식을 하게 됩니다. 이건 매년 이맘 때마다 빠짐없이 반복되는 탄식입니다. 늘 처음 겪어보는 내 나이입니다.
그 숫자의 증가가 언젠간 멈출 것만 같았는데 +1, +1, +1… 하다가 어느덧 이렇게 돼버렸습니다. 까마득하게만 느껴졌던 그 장년의 연배의 주인공이 바로 나라니… 더 끔찍한(?) 일은, 이게 끝이 아니라는 거죠. 앞으로도 해마다 나이는 계속 먹게 될 것입니다. 그러면서 해마다 새롭게 갱신한 나의 최고령의 나이를 중얼거리며 깜짝 놀라고 초조해 하길 반복하게 될 것입니다. 단, 죽지만 않으면 말이죠…
그렇습니다. 죽지 않아야 그렇다는 거죠. 나이를 먹고 늙어가는 일이 두렵고 아찔하게 느껴지는 것도 사실이지만, 내가 죽지 않고 살아 있음에 대한 이보다 더 확실한 증거는 없습니다. 살아 있는 사람만이 나이를 먹을 수 있고, 숨이 붙어있어야 늙어갈 수도 있습니다. 그러니 우리가 한 살을 더 먹고 이렇듯 늙어갈 수 있다는 것은 얼마나 감사할 일인지요. 큰 변고 없이 한 해를 잘 마쳤다는 뜻입니다. 사랑하는 이들과 억장 무너지는 이별을 겪지 않았다는 뜻입니다.
우리가 이렇게 나이를 계속 먹다 보면, 언젠가 때가 되어서 정들었던 이 세상과 이별을 고하고 하느님 앞에 나아가게 될 날이 있을 겁니다. 그때까지 우리는 우리의 늙어감에 감사하면서 착실하게 주어진 날들을 살아내야 합니다. 이렇듯 한 살씩 더 잡수시느라 모두모두 수고 많으셨습니다. 새해 복 많이 받으십시오.
김종민 (F. 하비에르) 신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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