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미경 원장님 이임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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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회 15회 작성일 2024. 10. 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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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임사
지난 25년을 돌아볼 수 있는 지금, 이런 기회를 가질 수 있도록 허락해주신 하느님께 감사드립니다. 25년 전 작은 공부방으로 시작했던 기쁨터가 이끄심을 따라 여기까지 왔습니다. 하느님께서 해주신 일들을 기록하고 감사할 수 있게 되어서 기뻐하면서 또 동시에 두려움도 느끼고 있습니다.
1998년 12월에 발달장애인 어머니들의 기도모임으로 시작된 기쁨터가족공동체가 1999년 4월, 처음 공부방을 열었고 1주년을 기념해서 2000년 부터는 홈페이지 운영을 했습니다. 그곳에서 많은 사람들이 치유와 새로운 희망을 만났고 홈페이지 덕분에 지역을 벗어나서 기쁨터공동체가 형성될 수 있었습니다. 좀 더 나은 시스템을 위해서 2004년에 공적기관인 발달장애인 주간보호센터, 2005년에 지역아동센터를 열었습니다. 같은 해, 가톨릭학교법인과 협업으로 화전 숲속학교를 개간해서 열고, 정발산에서는 작은 치료실 겸 갤러리인 아트센터를 운영했습니다. 2010년에는 일산 식사동에 집을 짓고 주간보호센터, 지역아동센터, 그룹홈까지 한곳에 모아서 열심히 살았습니다. 그 사이 2000년부터 2019년까지 스무번의 자선콘서트와 수차례 전시를 여는 등 예술의 힘에 기대어 고달픔을 잊기도 했습니다. 열심히 산다고 했는데도 해결이 되지 않는 일이 우리들 가슴을 답답하게 했고 결국 부모들이 더 나이 들기 전에 안정된 생활시설이 필요하다는 결론을 내렸습니다.
2019년 5월 중증발달장애인 거주시설 조이빌리지를 개원 했습니다. 시몬의 집으로 시작해서 이미 40년간 아픈 사람들을 보듬어주던 파주 광탄의 아름다운 곳에 조이빌리지 시설 신고를 하고 복지선진국 기준에 맞는 환경구성을 위해 신관을 건축하고 삼 년 반 동안 국고보조금 없이 운영을 했습니다.
돌이켜 생각해봐도 어떻게 가능했을까 스스로 믿어지지 않을 정도로 힘든 시간이었지만, 천주교의정부교구 사회복지법인 대건카리타스의 보호 안에서 중증발달장애인들과 많은 직원들, 부모님들, 후원자, 자원봉사자들이 함께 일구어 낸 기적 같은 시간이었습니다.
이십여 년의 시간 동안 발달장애인과 그 가족들이 성장하고 변화해온 시간이 쌓여서 조이빌리지까지 왔기에 스스로 연구대상이 되고 연구자가 됨으로써 발달장애인 생의 주기에 맞는 거주환경 모델을 만들어 궁극적으로는 우리나라 정책과 복지지원체계를 바꾸는 데 기여하기를 소망했습니다.
저는 어릴 때부터 책 속에서 살았고 문학소녀였고 전공도 영문학이었기 때문에 타고 난 인생 장르가 문학인줄 알았습니다. 그런데 어느새 다른 사람들이 사회복지 전문가라고 부르는 사람이 되었습니다. 그런데 사회복지와 문학은 따로 자리하고 있는 것이 아니었습니다. 때로 우리는 소설보다 더하다는 현실에 대한 이야기를 합니다. 제가 이십오년 동안 겪고 보았던 발달장애인과 그 가족의 삶도 그러했고 또 기쁨터공동체의 일원으로서, 한명의 사회복지사로서 살아왔던 인생도, 지금 조이빌리지나 중증발달장애인이 이 사회 안에 처해 있는 현실도 마치 소설 같이 이해가 안되는 일이 많습니다. 무거운 현실을 알고 떠납니다. 그래서 이 어려운 시기에 작은 최중증발달장애인 거주시설의 원장이 되겠다는 용기를 내어주신 김종민 신부님을 열심히 돕겠습니다. 저를 포함한 기쁨터공동체의 우리 부모들은 하느님께서 우리에게 주신 이 자녀들과 함께 하는 인생의 의미를 조이빌리지와 더불어 앞으로도 오래 알아가야할 것입니다. 우리들의 인생이 여기 있기 때문입니다.
2022년 말, 기적적으로 보조금 지급이 결정난 후 가졌던 축복식은 영원히 잊지 못하겠죠. 그 당시 원내 지하 갤러리를 오픈하게 되었고 기념 시를 한편 썼습니다. 제가 문학소녀였다는 것을 감안해서 좀 부끄럽지만 들어주세요. 이 시로 제 이임사를 마치겠습니다.
(2024. 9. 30. 김미경 드림)
기쁜 우리 마을
우리가 사는 마을은
기쁨이 슬픔에게, 슬픔이 기쁨에게 말을 거는 마을
소중한 사람들이 함께 노래하는 마을
한마디 말을 못하는 사람도 자주 빙긋이 웃는 마을
걷지 못하는 사람도 자유로운 마을
아무도 아프지 않은 마을, 아무도 슬프지 않은 마을
기쁜 우리 마을은 꿈꾸는 사람들이 사는 마을
아직 시간이 많이 있다고 위로하는 사람들의 마을
어린왕자의 별이 더렵혀질까봐 자전거를 타고 가는 아이가 사는 마을
새가 날고 부엉이가 울고 아빠와 강아지가 함께 웃는 마을
내 마음 안에 영원히 살아갈 엄마가 꽃을 심는 마을